rcz0rx나는 결혼을 했다. 신혼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제주 공항에 내렸을 때
zmye6k삼월인데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공항을 나와 한복 치마를 왼손
m5정거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내게 다가와 꾸벅
z1sebi인사를 했다. 병택이었다. 하필 내 결혼 날이 그 애 어머니의 회갑이
f7y3b9제주도로 효도 여행을 온 것이라 했다.
3kk1z4호텔에 부모님을 모셔두고 구경을 나온 길이라고 우물 거렸다. 그 애
m2ft2말을 해보려고 애썼으나 내 입술은 얼어붙어 버렸다. 남편은 어느 새
ig1qsq팔짱을 풀고 앞장 서 가고 있었다. 뒤 목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 듯 했
i8zv다. 어색한 가운데 그 애는 또 꾸벅 인사를 하더니 인파 속으로 사라
1vn5고사리 같은 손으로 감꽃 목걸이를 내게 만들어 주던 그 아이는 어디
880i7우리 집 파수꾼 미세스 짜루는 해마다 한 번씩 출산(出産)을 한다. 정
xtij월 대보름쯤이면 휘영청 찬 달빛 아래 연인을 찾아온 미스터 견(犬)공
ufh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앉아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상스러
mk6ucm느냐 하는 점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후각이 고도로 발달되어 냄새
i199p싸우고 어울리고 야단들이다.
vn9q세상에는 못된 사람을 욕을 할 때 개 같은 *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관
t87l는 개방된 때문인 듯싶은데 장소와 때를 구별 못한다는 데서 오
d59젓하다.
4x84q사실 우리 미세스 짜루는 하얀 털이 차분하고 군데군데 누런 점이 박
ct4m집 짜루하고 한 광 안에 가두고 문을 걸었다. 어찌 된 일인가. 이
ikzudy들은 타협을 모른다. 우당탕 싸우고 으르렁거리고 박살나게 뒤집어 놓
w6li는 듯하더니 문짝 하나가 나자빠지면서 짜루가 튀어 나왔다.
4d55실패였다. 제가 싫다는데 어쩌랴, 인간들도 자유결혼으로 치닫는데 너
ls1t4라고 봉건주의로 매어 둘소냐. 이런 심정으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
ohbk다. 며칠이 지난 이른 아침, 눈 쌓인 사과나무 밑에 짜루란 과 못난
5z48kh검둥이가 밀월을 즐기고 있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 미세스 짜루
tynx는 지조가 있는 에는 틀림이 없다.
zulj눈이 녹고 시냇물이 쪼록쪼록 흐르고 그러더니 양지마다 파아란 새싹
xkeg7산()이라 그런지 양지쪽에 누우면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
6tju느 아침 살얼음이 언 쌀쌀한 날씨인데 짜루는 새끼를 자그마치 여덟
p9kg그동안 무관심했던 탓에 짚자리도 깔아주지 못한 채 맨바닥 이었으니
7hnj아무리 짐승이라 하나 어미인 짜루의 심정이 오죽하랴. 부랴부랴 볏짚
25dq9을 깔아주고 미역국을 끓여 넣어주고 백 촉짜리 전구를 켜 주고 한 참
nhjz바빴다. 그제서야 조금은 자괴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 했다.
uvzu개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짜루를 바라보노라면 나는 눈으로 말 하는
rpo4p밤을 지내기가 일쑤다. 얼마나 충직한 파수꾼인가. 개와 나와의 교감
kg3ht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fcfev코를 약간 위로 치켜들고 슬픈 듯 깜박이지 않는 조용한 눈에는 반드
7gy7h다치지 않게 누우려니 그 조심스러움이 어떠하랴, 짜루의 애소하는 눈
s352빛 때문에 궁둥이짝을 쳐들어 보니 거기 양수도 채 마르지 않은 강아
3i1mff짜루는 혀로 핥아서 양수를 말리고 있었다.
s973f날씨는 한결 누그러졌다. 꽃샘추위로 멈칫했던 춘신)이 속속 날
ul2gn다. 비스듬히 누워 고개를 길게 빼고 눈을 감은 채 무엇을 참는 듯,
v1jpm머리를 쓰다듬으며 “짜루야, 어디 아프니? 왜 그러고 있어?”
1yit4개는 기운 없이 눈을 떴다. 눈곱이 말라붙은 게슴츠레한 눈에서 눈물
887v사타구니로 박는다. 짜루가 가리킨 곳에는 막내 젖이 젖몸살이 나서
y8nbu사발만큼 부어 있었다. 손을 대어 보니 성이 난 젖이 펄펄 끓는 듯 뜨
6u5거웠다. 아리아리하도록 퉁퉁 부어 오른 젖몸살의 아픔을 짜루는 저렇
vqfx게 참고 있는 것이다.
iuxmmj서둘러서 스트렙토마이신 주사를 놓았다. 하루 한 번씩 맞는 주사를
v129c슬그머니 쳐든다. 주사를 놓을 때마다 우리 내외는 놀랜다. 누가 이런
jju6je개를 욕에다 쓰는가.
c70wp그날은 장날이었다. 모처럼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개가 없어졌다. 어
3np9vt미는 고사하고 새끼조차 한 마리 없다. 가슴이 철렁했다. 뒷산에서 살
c3r2쾡이라도 내려와 물어갔나 싶어 애가 탔다. 여기저기 찾다 보니 얼마
xu6야말로 창조의 시원(始原)이요, 최고의 예술임을 짜루에게서 느끼며
t5kx4y한 달이 넘어 일곱 마리는 이웃에서 나누어가고 씨 강아지로 암 한
0kqbl1마리만 남겨 놓았다. 짜루는 날마다 한 차례씩 제 새끼가 사는 집들을
cftk찾아다니며 젖을 물려준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좍 퍼졌다. 정말 이렇
or18너무 영물이라 오래 주면 못쓰니 보신탕집에 넘겨주라는 이웃의 귀띔
9dry3i수없이 누비며 사랑을 심은 과수원 양지쪽 어디쯤이 무덤자리로 좋을
wnyy6지풀 한 자락이 바람을 탄다.
mbhrz가을에 들면 달빛은 마방()에 들어와 읹았?
2i20m히힝!” 소리를 날려 보냈다.
2d3그곳 말 울음소리가 닿는 곳에서는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
i24kg아래에 서면 푸르레한 공기 속으로 철새가 날개를 퍼득이며 밤하늘을
92ijv날았다. 새가 날아간 자리에는 오래도록 울음소리가 남았다. 울음은
qs4밤의 젖줄을 자극이라도 한 모양이어서 유선)이 탱탱해진 밤은
uc4oe태어나서부터 젖이 고팠다. 어머니는 집안일에 어장 일에 젖먹이에게
k2p9젖 먹일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 고픈 젖을 쌀죽과 원기소로 채우며
0xt34자랐다고 했다. 아기 입에는 증조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젖이 물려 있
dnint가족과 함께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동기간과 싸워서 어른들에게 매
q2h5를 맞는 것조차 부러웠다. 앞집 말 ‘구루마’ 집 딸 향란이는 제일
6jl2밤이 되어 집으로 올 때면 언제나 무화과나무 아래로 돌아왔다. 어린
4xmmxh마음을 다 아는 듯 가지를 활짝 펴서는 무화과를 내밀어주었다. 금세
jdddw라고 누런 젖이 뚝뚝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5i0l무화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향란이네 고양이도 허기를 느꼈던지 내
bqtcg는 것’의 또 다른 모습이어서 그 소리에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쥐들
kf6y로만 탐했을 뿐, 젖국물이 흥건할 무화과를 한 번도 어찌 해보지를 못
s6l0j한 채 그곳을 달음박질쳐 나왔다.
86h7할머니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적이었다. 마루 기둥에서 탱자빛을
2ocnj내며 달려 있던 작은 알전구, 마당 깊이 쏟아지던 달빛, 그리고 꼬막
0equ1z조개처럼 꼭꼭 다문 문()의 입들…. 방에 혼자 누워 이불깃을 당기
psub면 ‘울음들’이 들려왔다. 말 울음소리와 철새들과 아직도 놀란 가슴
3yd6을 추스르지 못한 쥐들의 울음이. 그런 밤이면 잘 익어 쩍쩍 갈라진
jo7g나 일어나 훌쩍거리곤 했다. 이 모든 울음을 닦아내고도 내 유년의 방
8y5v6q은 너무 넓어서 늘 허우룩했다.
he3x8q열 살 무렵이었다. 방학을 맞아 가족들이 있는 섬으로 갔다. 밤이 깊
oui0lj머리에서 살찐 벌레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혼비백산하여 줄행랑
zb1c을 치는 녀석들처럼 당황해져서 나는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wik9. 어머니의 검지손톱 끝에서 붉은 물이 터져 나왔다. 그날 밤, 마루
rn1mxd늘 배가 고팠다. 태생적인 허기에, 작은 벌레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fs5oh있었다. 나는 스스로 나의 젖이 되어야 했다.
rzev자라서 보니 가족들이 기억하는 많은 것들이 내게는 없었다. 가족의
191i오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터에서였
nrswn다. 장터는 남도의 특용작물인 무화과들로 무화과밭 같았다. 어머니가
b5w7f0한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더니 나를 소개했다. 향란이 어머니였다. 이
vyix제는 할매가 된 향란이 어머니는 단번에 나를 알아보고는 팔고 있던
94fo7래에 숨겨져 있던 내 젊은 엄마의 젖멍울이 만져졌다.
ir2y9무화과를 쪼개었다. 어디선가 철새의 울음이 들려왔다. 어린 말과 고
rncd흔들리는 눈빛이 보였다. 어린 것을 품에서 내쳐야만했던 어머니의
suf린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심어졌는지 모를 일이다.
7jlvo울음은 존재하는 것들의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르는 것을 본질로 한다.
x8t0r감정이 고조될수록 울음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울음은
qpzg그리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해서 사람들은 울음소리에 마음을 내어준
ixrooe이해하게 되다니…. 외로움조차 달콤한 속이 되었음이다. 깜깜한 밤
eusj9오늘밤에도 나는 나의 무화과나무 아래로 간다. 까만 컴퓨터 화면에
hvq4l향란이네 말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d9t3xn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창문을 적시는 소리가 촉촉하다. 물기를 머금
em60비 마중을 하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안방으로 왔다. 백일 지난 딸아
55egs이가 아침잠에서 막 깨어났다. 아기를 안아 천천히 등을 토닥여준다.
tu7c여느 날보다 긴 잠투정을 달래느라 나도 몰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5nrzw.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078xy요즘 나의 애창곡은 섬 집 아기이다. 딸아이를 낳고 틈틈이 불러주
qpwpge엄마 때문에 품 속 아이가 혼자 잠든 모습을 그려본다. 동요 속 섬 섬
f2oqy집 아기가 딸아이처럼 느껴져 노래를 부를수록 가슴이 젖어온다. 철
st7o누군가 내게 생애 최초의 기억을 묻는다면, 딸아이처럼 잠에서 깨던
oev었다. 그때 다시 텅 빈 방으로 들어 왔을 때의 허전함은 아직도 마음
cbrbok시를 닮은 뉘엿한 햇살과 운동장처럼 넓어 보이던 기억 속 앞마당은
1mqe종종 아득한 회상 속에서 어린 나를 재워두고 친정 엄마는 어딜 갔는
nw1n우리 엄마는 나를 재우고 들일을 나갔다고 여겼었다. 동생을 업은 엄
o2pd4. 물음표 가득한 회상의 끝은 늘 미지수였지만, 바쁜 엄마 덕분에 나
lhvjm시골집 아가였던 내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까지 열 명의
0yml혼자였을까. 한 번은 빈 방에 대해 친정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ly0oh내게는 무척이나 큰일인데 엄마는 거짓말처럼 기억조차 못했다. 감성
4xjgp적인 상상과 달리 열 식구의 상을 차려 내기도 벅찼던 현실을 말하며,
yxnc친정 엄마는 내가 잠들면 집안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했다. 그
n1eqmg시절 두 살 터울 여동생은 엄마에게 떨어지질 않아 항상 업고 다녔고
b0x, 누구에게나 잘 가는 순한 아이였던 나는 크게 손들이지 않고 키웠다
p0는 말도 덧붙였다.
dvbwvc때때로 기억이란 정확성보다는 주관성으로 더 쉽게 이해될 때가 있다.
5wzmz엄마에게는 아이의 낮잠이 잠깐의 일상이었겠지만, 어린 내게는 잠에
hstb19서 깨어나 누군가를 기다리던 시간이 무척이나 길고 두렵게만 느껴졌
eedyd틈바구니 속에서 자라느라 일찍부터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법
zptve업은 엄마가 올 것이란 기대를 접고, 스스로 혼자인 상황을 극복하려
uxjv했던 몸부림이었던지도 알 수 없다.
noqg9o곡해된 기억일지라도, 홀로 깨어나 빈 방에 쓸쓸히 앉아있던 촌집 아
qhvuy영화를 보며 즐거움을 찾는 내향적 취미 속에서도 아이를 만나고, 관
5jq4계의 폭이 넓지 않고 내성적이며 소심한 성격 가운데도 아기를 본다.
g4hpk상처를 받으면 마음 문을 닫고 침잠하는 회피적 성향 속에서도 아이와
b7bov조우하며 이유 없는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느껴질 때도 회상 속 아기
pjts6d무엇보다 글을 쓸 때 종종 꿈결처럼 기억 속 빈 방에 내가 다시 와있
3pud차 없었던 꼬마가 나대신 여전히 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듯하다
rzwf.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회상 속의 촌집 아기가 자판을 두드리
fqmu같다. 차라리 기억 속에서 딸아이처럼 깨어 실컷 소리쳐 울기라도 했
2tb1nc다면, 누구라도 달려와 꼬마를 달래주었을 것만 같다. 상심으로 대문
wo2eev울적한 첫 기억이 서글퍼 회상을 할수록 마음이 무거웠었다.
hogwdb가끔은 빈 방 속의 꼬마가 너무 슬퍼 보여 내 첫 인생 삽화를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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